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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정임수]집값 올려놓고 대출 조이면 전세·대출난민 어디로 가나

입력 2021-10-12 03:00업데이트 2021-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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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차장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는 지난주 출범하자마자 대출 영업을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올해 신용대출 총량(5000억 원)을 정해줬는데, 출범 나흘 만에 60%를 소진한 것이다. 시중은행 가계대출도 연말로 갈수록 ‘셧다운’(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주요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7일 현재 4.97%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5∼6%)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이미 목표치를 넘겼거나 한도에 육박한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을 제한하면서 ‘대출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만큼 정부가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는 건 당연하다. 18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미국의 긴축 움직임,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 불안 등과 맞물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위험이 됐다. 대출을 억제해 집값 상승 등 자산시장 거품을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지금의 총량 규제 방식은 대출 수요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묻지 마’식 돈줄 조이기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자들이 찾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당국의 압박에 대출 축소에 나섰다. 대부업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을 조이고 있다. 여기서도 돈을 구하지 못한 취약계층은 고금리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출 총량은 잡힐지 몰라도 대출의 질은 더 악화되는 셈이다.

당국이 올해 5∼6%, 내년 4%로 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대출 증가율이 6%를 밑돌았던 적은 2004, 2012, 2018, 2019년 네 번뿐이다.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데 전 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대출을 틀어막는 게 올바른 해법인지도 의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대출에 의존했던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가계빚 급증의 주된 원인은 저금리와 집값 급등이다. 주택 공급은 외면한 채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물리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긴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고 이에 비례해 대출 총량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그 책임을 대출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원성이 쏟아지는 이유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정부가 집값은 안 잡고 ‘대출 사다리’마저 걷어차느냐” “집값 급등으로 ‘벼락거지’ 만들더니 전세대출마저 막혀 월세로 나앉게 생겼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전세대출 규제를 포함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 한 대출 수요는 줄어들기 힘들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를 통한 공급 확대 등 입체적인 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무차별적인 대출 총량 관리보다는 주거비 부담이 급증한 무주택자와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 자영업자 등을 배려하는 정교한 ‘핀셋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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