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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1700조 가계 빚 대책, 서민·취약계층 희생만 강요 안 된다

입력 2021-08-21 00:00업데이트 2021-08-2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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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가 1700조 원을 돌파했다. 7월에만 10조 원 가까이 늘어 월간 증가폭이 사상 최대였다. 당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봉급생활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전세자금 대출도 막고 있다. 투기와 무관한 서민들까지 생활 자금이 막히고 이자 부담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가계 부채 안정화는 시급하지만 서민과 취약계층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가계 부채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일 자산매입 축소 등 돈줄 죄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추세에 맞춰 빚을 억제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은 전세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이 주로 쓰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급속히 줄고 있다. 이 통장을 연장하려면 줄어든 한도만큼 돈을 갚아야 할 처지다. 전세나 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가계 부채를 늘린 ‘빚투’와 얼마나 관련이 있겠나.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수익을 내면서 서민 고통을 외면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도 획일적 대출 총량 관리가 서민금융만 압박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면 버티기 어렵다. 올 들어 개인 파산이 급증했는데 상당수는 자영업자들이다. 부채 억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확대해야 한다.

가계 빚 증가는 집값 폭등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 이후 풀린 돈이 정책 실패와 맞물려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물리고, 결국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부채 증가의 책임까지 떠넘겨선 안 된다. 정부는 투기적 대출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취약계층이 자금난에 몰리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가계도 스스로 빚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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