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가 북한에 문 여는 날[동아광장/우정엽]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21-08-17 03:00수정 2021-08-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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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본주의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입점국 간에 전쟁 없다는 ‘맥도널드 평화론’
개방국가는 번영 좌절시킬 전쟁 안 한다는 뜻
북한이 변화 의지 보여야 외국기업 투자 가능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016년 여름 3년 가까운 워싱턴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가족과 함께 알래스카주를 여행했다. 공항에서 차를 빌려 숙소로 가는 길에 아이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눈에 띄는 맥도널드 가게에 들어갔다. 알래스카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앵커리지에 맥도널드가 처음 생긴 것은 1970년이었고, 다음 도시 주노에 생긴 것은 1982년인데, 문 여는 날 1km가 넘는 줄이 늘어섰고, 사람들은 6∼7시간 기다려야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첫날 너무 많은 손님이 몰려 재료가 모두 소진돼 가게를 열자마자 바로 일주일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어디서나 흔하게 접하는 맥도널드이지만, 같은 미국 안에서도 인구수와 물류 공급 용이함 등에 따라 입점 시기 및 점포 개수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맥도널드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최근 한 안보 관련 국제회의에서 언급됐기 때문이다. 한 정치인이 “만일 맥도널드가 개성공단에 지점을 연다면 한미 연합훈련이 방어적 차원의 군사훈련이라는 것을 북한도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맥도널드를 여는 것과 북한의 훈련 수용 여부의 논리적 연결성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맥도널드로 상징되는 미국 자본주의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머리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공산주의 국가의 개방, 그리고 자본주의의 침투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 것은 사실 오래된 일이다. 1990년 1월 31일, 공식적으로는 아직 소련이 존재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모스크바에 첫 번째 맥도널드가 들어섰다. 당시 약 3만 명의 옛 소련 사람이 맥도널드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섰다는 보도가 있다. 중국에서는 1990년 10월 선전에 문을 연 맥도널드가 처음이었다. 당시 홍콩 맥도널드 공급망으로 재료를 공급받다가 1992년 베이징에 가게를 연 후 중국 내부 공급망을 구축했다.

2018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일 무렵, 평양에 맥도널드가 들어서는 이야기가 나돈 적이 있다. 김정은이 햄버거를 좋아하는 데다 북한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의지를 보이기 위해 맥도널드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맥도널드가 북한 정부나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정확한 사실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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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맥도널드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은 당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맥도널드 입점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맥도널드 평화이론’이다.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날 가능성이 매우 희소하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 국가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과 비슷하게 맥도널드가 들어선 국가들 간에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민주주의가 공고히 자리 잡은 국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맥도널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 국가의 성향이 보다 개방적이고 서구 자본주의를 흡수하려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경제적 번영을 좌절시킬 무모한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물론 201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1999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무력 분쟁을 예로 들며 맥도널드 평화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나, 그 논리 자체는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 기업인 맥도널드의 의사 결정과 별개로 외국 기업이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해당 국가의 법과 제도적 기반이다. 북한에서 수익이 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기업이 판단할 일이다. 수익이 없더라도 다른 목적의 투자 차원에서 들어갈 수는 있으나, 정상적인 기업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은 북한만이 할 수 있다. 북한에 무선전화망을 구축한 이집트의 오라콤은 북한에서 발생한 영업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외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북한이 1990년 옛 소련과 중국처럼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면 우리 정치인이 말하지 않아도 세계 기업들이 뛰어들 것이다. 그러한 확신을 주는 것은 국제 기준에 맞는 법과 기준의 확립 없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북한이 그런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변화 없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바라는 것은 햄버거를 먹으면서 날씬해지길 원하는 것보다 더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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