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사상 최고 수출의 명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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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 최고를 나타냈다. 7월 수출액이 554억 달러로 무역 통계를 집계한 지 6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내용도 좋다. 반도체 등 기존 효자 품목 외에 바이오헬스, 2차전지 등 첨단 분야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반짝 실적도 아니다. 5개월 연속 월간 수출 500억 달러를 넘었다. 물건이 잘 팔리면 사람을 더 뽑고 투자를 늘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국내 고용과 투자 확대를 체감하긴 쉽지 않다. 수출과 국내 경기의 연결고리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수출 관련 숫자는 모두 파란불이다. 15대 주력 품목 모두 플러스 성장을 했는데, 13개 품목은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 아세안 등 4대 수출 시장 모두에서 수출액이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110억 달러로 역대 7월 기준 최고였다. 정부는 코로나 파고를 넘었다며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수출과 교역이 세계 10위 이내라고 설명하고 하반기에도 좋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수출이 잘되는데도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공채를 폐지하며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된 고용구조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투자도 마찬가지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최근 20년 새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20배로 늘었다. 2006년부터는 해외 투자가 국내 유입보다 많은 상태다. 한번 나간 기업들은 돌아올 뜻이 없어 보인다. 자칫 65년 만의 수출 성과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역대 연간 최대 수출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이 느끼는 환경은 지뢰밭이다. 기업 규제 법안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 등 현안에 대한 경영계의 호소는 무시되기 일쑤다. 수출의 공을 인정받기보다 반기업 정서에 위축될 때가 더 많다.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환경이 지속되면, 수출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불사조처럼 일어나서 총화 단결하여’.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기념우표를 발행하며 정부가 내놓은 문구다. 당시에는 기업 수출이 곧 국민의 성과이고 국내 생산과 소비로 직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국적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칫 기업 성과와 국내 체감 경기가 분리되는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일자리와 투자 확대의 걸림돌부터 없애야 한다. 그래야 수출 성과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한국 수출#사상 최고#수출과 국내 경기 연결고리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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