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수용]‘부유세 프레임’에 갇힌 종부세

홍수용 산업2부장 입력 2021-07-23 03:00수정 2021-07-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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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안정 효과 검증 없이 논란만 키워
편가르기 땜질처방이 무슨 소용인가
홍수용 산업2부장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유세’는 공평과세, 소득재분배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나…”라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을 ‘부유세’로 받은 대통령의 답변에 깜짝 놀랐다. 당시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나와의 통화에서 보유세를 잘못 발음한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보유세에 부유세 성격이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이 사족처럼 붙인 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

4년 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패배 이후 보유세인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 상위 2% 주택’으로 바꾸려 하면서 ‘종부세는 부유세’라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7일 KBS 토론에서 종부세를 “일종의 부유세, 부자세 개념”이라고 했고, 민주당 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종부세 도입 취지가 부유세라고도 했다.

정권 초기 문 대통령의 부유세 발언을 청와대가 애써 해명한 것은 부자와 비(非)부자 간 갈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그때는 ‘부자도 한배를 탔다’는 포용의지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여당은 종부세를 부유세로 보지만 정작 종부세는 부유세가 아니다.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 귀금속, 요트, 코인 등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산출하고 여기에 과세하는 체계와 능력이 필요하다. 여당은 집이 필수재여서 2%에게 ‘주택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단순 무식하게 줄을 세워 걷는 세금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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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4년 전 보유세가 공평과세, 소득재분배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보유세는 그런 걸 주된 목적으로 한 세금도 아니다. 보유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철, 공원, 학교를 재정으로 만들면서 생긴 편익이 집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점을 감안해 유주택자에게 걷는 세금이다. 반면 부유세는 자산 격차로 사회 통합에 문제가 생길 때 이를 줄여보려는 취지로 만든 세금이다. 종부세가 정권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건 족보도 없는 세금을 준비 없이 출발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종부세 도입 당시 세제 원리상 토지에 대한 과세를 건물보다 더 엄하게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 문제는 장기 검토과제로 돌렸다고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밝혔다.

민주당은 보수언론과 기득권이 종부세의 발목을 잡는다며 억울해하지만 이 세금 덕에 집값이 잡히는지, 세금이 임대료에 전가되는지 검증 한 번 한 적이 없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1% 선으로 높이자는 제언(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전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여당이 진지하게 검토해봤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아무리 부인해도 현 종부세 구조로는 비싼 집과 싼 집을 가진 사람, 집이 없는 사람끼리 편이 갈리게 돼 있다. 갈등만 키우는 세금은 더 이상 세금이 아니다.

국민의힘도 무책임하다. 종부세가 물건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과세여서 조세원칙에 위배된다는 그럴듯한 지적도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종부세를 그냥 폐지하자는 야당의 주장은 유주택자가 인프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할인승차, 무임승차를 해도 된다는 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 정도 인식으로 종부세를 16년 동안 부동산정책의 중심에 두고 싸워왔다. 정책이 먹힌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홍수용 산업2부장 leg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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