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길진균]“변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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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탄생은 ‘변화’ 원하는 민심
대선까지 258일, 與野 절박함의 경쟁

길진균 정치부장
길진균 정치부장
“언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확신했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게 물었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전, 그보다 꽤 오래전에 당선을 확신했다”고 답했다. 예상 밖이었다.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풍(風) 속에서 다자구도로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진 판세가 크게 달랐다. 2016년 상반기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으로 20∼30%를 유지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도 뒤지곤 했다. 문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글쎄”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양 전 원장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민심을 돌이키기 어렵겠구나 판단했다. 야권으로서는 대안이 문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만 잘하면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등 돌린 민심, 준비된 당과 후보 두 가지를 정권교체의 메커니즘으로 본 것이다.

‘준비만 잘하면’에 대한 민주당의 핵심 전략은 변화였다. 2016년 1월 문 대통령은 당 대표직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넘기고 당의 중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같은 해 가을엔 친문 색깔을 크게 지운 대선 초기 캠프 광흥창팀을 출범시켰다. 당시 광흥창팀에 참여했던 여권 인사는 “캠프의 핵심 키워드는 달라진 문재인, 달라진 민주당이었다”며 “변하지 못하면 모두 (정치적으로) 죽는다는 절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설명은 더 직설적이다.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기회가 없어요. 여당의 실패를 먹고사는 게 야당 아니에요? 그렇지만 야당이 여당의 실패를 받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죠.” 김 전 위원장이 토론회나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다. 민심 이반이 필요조건이지만 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준비, 즉 변화를 통한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줘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첫 번째 키워드인 민심 이반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민주당 A 의원은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민심 이반이나 레임덕은 야당의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부동산 대책 등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오만에 대한 분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 이 같은 여론이 쌓이면서 여권에 등 돌리는 민심이 위험수위라는 것은 민주당도 인정하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36세 ‘0선’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불과 1년 전 총선 패배에도 ‘영남 패권’을 고수했던 국민의힘 당원들이 확 변한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됐다고 본다.

야권에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은 준비된 후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후보군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여당도 뒤늦게 변화에 대한 시동을 걸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과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각각 3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은 팽팽한 판세다. 반전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준석 대표 탄생의 가장 큰 교훈은 “민심은 변화를 원한다”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 아닐까. 절박하다면 여야 모두 더 변할 수 있다. 대선은 아직 258일 남았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이준석 대표#변화#민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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