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길진균]“변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길진균 정치부장 입력 2021-06-26 03:00수정 202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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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탄생은 ‘변화’ 원하는 민심
대선까지 258일, 與野 절박함의 경쟁
길진균 정치부장
“언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확신했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게 물었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전, 그보다 꽤 오래전에 당선을 확신했다”고 답했다. 예상 밖이었다.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풍(風) 속에서 다자구도로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진 판세가 크게 달랐다. 2016년 상반기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으로 20∼30%를 유지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도 뒤지곤 했다. 문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글쎄”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양 전 원장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민심을 돌이키기 어렵겠구나 판단했다. 야권으로서는 대안이 문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만 잘하면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등 돌린 민심, 준비된 당과 후보 두 가지를 정권교체의 메커니즘으로 본 것이다.

‘준비만 잘하면’에 대한 민주당의 핵심 전략은 변화였다. 2016년 1월 문 대통령은 당 대표직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넘기고 당의 중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같은 해 가을엔 친문 색깔을 크게 지운 대선 초기 캠프 광흥창팀을 출범시켰다. 당시 광흥창팀에 참여했던 여권 인사는 “캠프의 핵심 키워드는 달라진 문재인, 달라진 민주당이었다”며 “변하지 못하면 모두 (정치적으로) 죽는다는 절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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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설명은 더 직설적이다.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기회가 없어요. 여당의 실패를 먹고사는 게 야당 아니에요? 그렇지만 야당이 여당의 실패를 받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죠.” 김 전 위원장이 토론회나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다. 민심 이반이 필요조건이지만 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준비, 즉 변화를 통한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줘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첫 번째 키워드인 민심 이반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민주당 A 의원은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민심 이반이나 레임덕은 야당의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부동산 대책 등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오만에 대한 분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 이 같은 여론이 쌓이면서 여권에 등 돌리는 민심이 위험수위라는 것은 민주당도 인정하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36세 ‘0선’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불과 1년 전 총선 패배에도 ‘영남 패권’을 고수했던 국민의힘 당원들이 확 변한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됐다고 본다.

야권에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은 준비된 후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후보군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여당도 뒤늦게 변화에 대한 시동을 걸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과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각각 3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은 팽팽한 판세다. 반전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준석 대표 탄생의 가장 큰 교훈은 “민심은 변화를 원한다”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 아닐까. 절박하다면 여야 모두 더 변할 수 있다. 대선은 아직 258일 남았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이준석 대표#변화#민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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