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나폴레옹 사망 200주년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5-06 03:00수정 2021-05-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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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랑스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모순(矛盾)의 영웅’도 드물다. 그는 영웅주의와 비극, 승리와 패배, 진보와 퇴행을 오간 복합적 인물이다. 사실 나폴레옹이 프랑스혁명의 계승자로 칭송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집권한 샤를 드골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이 ‘위대한 프랑스’를 주창하며 나폴레옹을 역사에서 소환하면서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나폴레옹이 되살아났다.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나폴레옹 다시 보기’가 시작됐다. 나폴레옹재단은 올해를 ‘나폴레옹의 해’로 명명하고 그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할 수 있는 유물과 사료 등의 전시를 곳곳에 마련했다. 그의 극적인 삶에는 분명 실수가 있지만 그가 남긴 정치적 문화적 유산을 알아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취지다.

▷나폴레옹의 공과(功過) 중 과오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미국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공인이나 기업이 잘못했을 때 지원을 철회하는 문화)’가 유입돼 프랑스혁명 정신과 미국식 다양성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대혁명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노예제를 부활시키고, 법치의 토대를 이룬 나폴레옹 법전에서 여성의 법적 권리를 남편에게 부여한 양면성의 인물이다. 그래서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어제는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유배지인 세인트헬레나섬에서 눈을 감은 지 200년 되는 날이었다. 4년 전 5월 7일 나폴레옹 이래 역대 두 번째 최연소(39세)로 국가원수가 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대선 출마 때부터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자유주의자”를 선언했던 그는 나폴레옹 묘역에 헌화하며 통합의 리더십을 꾀했다. “나폴레옹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훗날의 판단은 미화도, 부정도, 회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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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기억과 새로움이 조합된 나라다. 정치인과 화가 등을 기려 거리 이름을 짓고 작가의 장례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추모사를 읽는 나라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인의 삶은 나폴레옹에 대한 기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역사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숨을 거두기 전 “소설 같은 나의 생애여. 내가 죽으면 나에 대한 연민이 물결칠 것이다”라고 했다.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샹베르탱 와인을 물에 타 마시고, 신문을 열심히 읽던 나폴레옹의 인간적 면모도 이번에 더 많이 발견되면 좋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나폴레옹#사망#2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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