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미얀마의 R2P 호소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3-31 03:00수정 2021-03-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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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한 시민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 ‘미얀마를 구하라’ ‘여성과 어린이를 그만 죽여라’와 함께 ‘우리는 R2P가 필요하다’는 문구의 팻말이 있다. 요즘 미얀마의 트위터에는 해시태그 ‘#R2P’가 달린 게시물이 넘쳐난다. 유엔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일컫는 R2P를 통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류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에 실패하는 국가가 있다면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 개념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래 2007년 케냐 인종학살,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에 유엔이 나선 전례가 있다. 그래서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시작해 지금까지 510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미얀마 군부의 반인류 범죄에 R2P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 미얀마와 교역협정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미얀마 군부를 한목소리로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아직 없다. 각국의 계산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홀로 더 밀어붙이면 미얀마가 중국 편이 될까 걱정이다. 중국도 신(新)실크로드 전략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얀마 군부와 척지고 싶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27일 미얀마 군(軍)의 날 열병식에 축하 사절도 보냈다. 미얀마가 가입해 있는 아세안은 다른 회원국들조차 정치 상황이 혼란해 미얀마를 도울 처지가 못 된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택가에 총탄을 쏘아 유아를 숨지게 하고 머리를 쏘는 헤드 샷과 참수(斬首)도 서슴지 않는다. 시민 114명이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숨지던 순간 군 장성들은 흰 제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유유자적 파티를 했다. 결국 기댈 곳은 오늘(31일) 열리는 긴급 유엔 안보리다. R2P를 적용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 또는 회복’하기 위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유엔 헌장 제7장의 발동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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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의 날, 국제미인대회에 참가한 미얀마 여대생은 흐느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미얀마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려고 거리에 나설 때, 저는 이 무대에서 민주주의를 외칩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도 불렀다. 지금 어디에선가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어린이까지 참혹하게 살해하는 미얀마 군부를 더는 방치할 시간이 없다. 국제사회가 인류애로 힘을 합칠 때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미얀마#호소#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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