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국민 약속파기 ‘세탁 방편’으로 전락한 與 당원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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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에서 86.64%가 찬성했다고 어제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늘 중앙위원회에서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야당 시절인 5년 전 문재인 당시 대표가 당 혁신안으로 만든 당헌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당원 투표의 답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당 대표가 먼저 후보 공천이 공당의 도리라고 ‘좌표’를 찍은 데다가 투표당원의 대다수가 후보 공천을 강행하자는 친문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원 투표율이 26.35%에 그쳐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여’를 명시한 당헌·당규 정족수 기준에 미달하자 당원투표 효력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원 투표는 당원의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였을 뿐이지 당헌 개정은 중앙위에서 ‘의결’하는 것이어서 투표율 규정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 결과를 근거로 보선 공천을 결정하겠다고 해놓고서 뒤늦게 투표는 여론조사에 불과하다고 하니 참으로 옹색한 말 바꾸기가 아닌가. 효력 논란을 떠나서 당원 투표를 약속 파기의 절차적 요식행위이자 면죄부로 이용하는 행태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당이 당원 투표를 빌미 삼아 대국민 약속을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15총선 직전인 3월에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적 ‘꼼수’인 비례위성정당은 만들지 않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도 당원 투표를 거쳐 뒤집은 뒤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당시 투표율도 ‘총투표권자 3분의 1’ 기준에 미달했다. 지금 여당이 야당이던 2014년엔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선거가 임박하자 당원 투표로 철회했다.

정당은 당심(黨心)에 기반을 두면서도 전체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엄중하게 새겨야 할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철회한다면 공당이 존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투표#후보 공천#대국민 약속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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