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장 코드인사 물망 올리면 출범도 전에 국민 신뢰 잃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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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열었다. 공수처는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수사와 기소조직이다. 헌법에도 없는 공수처에 검찰권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공수처법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돼 있다. 헌재 결정을 보고 출범해도 늦지 않을 텐데도 민주당 압박에 의해 결국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2명을 추천했다.

공수처장이 임명돼야 나머지 구성원도 뽑을 수 있다. 공수처장은 차장 임명제청권을 갖는다. 또 공수처 수사관을 단독으로 임명한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인사위원회에서 임명하는데 공수처장은 자신과 차장이 인사위원이며 추가로 1명을 위원으로 위촉한다. 민주당 추천 2명, 국민의힘 추천 2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며 판사 검사 그리고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고 있을 경우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공수처장이 추천되는 것이 공수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관건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에 기소권, 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는 원칙을 더 철저히 관철시켜 검경을 사실상 상하관계에서 상호 견제관계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넘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법무장관이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휘둘러 검찰의 집권세력에 대한 수사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장마저 코드에 맞는 인물을 물망에 올릴 경우 일련의 개혁이 결국 정권보위용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집권세력이 공수처를 자기편으로 정초(定礎)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공수처는 형사사법체제를 일거에 집권세력에 예속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여당은 상대가 비토할 명분을 내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인사들만을 추천해야 한다. 이 정권 들어 대법관 등 사법부 요직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코드가 맞는 법조인들을 대거 포진시킨 행태와 발상이 공수처장 인선에서도 재연될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자초하는 일이 되고, 공수처는 출범도 하기 전에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국민의 신뢰는 요원해질 것이다.
#공수처장#검찰개혁#공수처#법무장관#공수처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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