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팬데믹’ 대비하자[동아 시론/조치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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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대구, 분할치료로 의료진 부족 극복
일관된 소통과 민간의료 투자가 중요
데이터 축적하고 진료지침 공유해야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
역사적으로 인류와 감염병은 공존해 왔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흑사병은 봉건제도 붕괴와 르네상스 발달을 가져왔고 16세기 천연두는 잉카와 아즈텍 문명을 파멸시켰다. 이 외에도 19세기 인도의 콜레라, 1918년 스페인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등의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에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인류는 팬데믹을 수차례 경험하며 그 감염병의 원인이 RNA 바이러스,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것을 밝혀냈고 백신으로 관리해 왔다.

지난날 팬데믹을 겪은 감염병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번 코로나19도 2차 재유행이 예견되기에 우리는 대비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11∼2월에 활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을부터 재유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여름에는 체외로 나온 비말에 묻은 바이러스가 높은 온도에 빠르게 건조되고 자외선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19는 습기에 더 민감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처럼 적도와 가까운 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그 예다. 또 겨울이 다가올수록 밀접 접촉이 많아지는 것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겠다.

그러면 2차 팬데믹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다수의 제약회사가 개발 중이지만 실용화는 최소 내년 여름은 되어야 가능하리라고 짐작된다. 백신 등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유행의 확산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방역 조치로 적절히 대응하고 입국자들에 대한 방역 조치도 해야 한다.

아울러 대응 초반에 경험했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대처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구의 2월 상황을 되돌아보면 음압병실이나 감염시설이 5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2월 말 700명 이상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중등도의 환자를 담당하고, 상급종합병원은 최중증 환자와 코로나19 외의 중환자를 보는 영역별 환자의 분할 체계를 갖췄다. 분할 전담화는 의료진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장비의 집중화가 가능하게 한다. 또 경험에서 비롯된 환자별 스코어링 시스템을 통해 환자 분류법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위험도가 낮은 스코어의 환자는 생활치료센터나 자가 격리만으로도 충분히 조절되기에 의료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의료 인력 중에는 간호사의 중요성이 크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중등도 환자가 10%가량 중환자로 진행되므로 숙련된 간호 인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구동산병원은 2차 병원이라 숙련도 높은 간호 인력이 부족했다. 모(母)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은 약 1300명의 간호 인력에서 20년 차 이상 된 60여 명을 초기에 빠르게 투입해 2주 간격으로 순환근무를 시행했다. 이러한 지원 시스템이 없었다면 장기적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현장에서 몸소 겪으며 느꼈던 의료 분야의 의견을 정리해 본다. 첫째,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통해 상황 보고, 의료 자원의 배분, 물자 공급 등의 일원화된 의사 전달 통로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시 동일한 정보를 여러 곳에서 요청해 와 업무의 중복이 있었고 병상의 배정에 관하여 전원할 곳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기억이 있다. 둘째, 감염병의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의료 자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의료에 대한 공공의 투자를 통하여 시설과 장비의 확보, 단위별 현실적인 사전 훈련 등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일관된 데이터의 누적과 확보를 통해 상황에 맞는 진료 지침을 신속하게 정리 배포해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발생 양상은 파동을 치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는 감소 추세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증가하는 웨이브 형상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우리나라 국민의 단결력을 볼 때 향후의 유행은 잘 이겨내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지만 RNA 바이러스의 특징이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2월의 팬데믹은 예상 없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진심 어린 격려와 후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고향을 떠나 타 지역까지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그리고 어려움을 잘 인내한 시민들과 의료진 모두 한마음으로 지원한 덕분에 대구경북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수고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
#2차 팬데믹#코로나19#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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