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환상 버리고 대북제재 엇박자 멈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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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대북 경제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했다. 유엔 대북제재와 별개로 미 정부가 매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고 재규정하고 제재를 연장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둔 적이 없다. 어제 공개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한 달 후 북한을 방문한 뒤 트럼프의 북-미 외교 성공 확률이 제로(0)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전해진 김정은의 발언과 달리 북한 현지에서 확인한 현실은 북한이 실제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그 어떤 비핵화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정부와 여당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으니 남북협력을 활성화하고 제재를 완화해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바탕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여당 의원들은 대북제재 협의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의 가동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고, 어제 민주당 주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 간 인식과 접근법이 그야말로 적전분열 상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완화’라는 비핵화 로드맵에서 한미가 혼선을 빚고 이탈한다면 군사 모험주의에 매달리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만 키워준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유엔 제재 때문에 남북관계가 파탄 났다는 식의 주장이 여권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면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의 도발 의욕만 부채질하게 된다. 핵도 갖고 제재도 풀겠다는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 환상을 깨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김정은의 비핵화#대북제재#선(先)비핵화 후(後)제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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