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에 멈춰선 청년채용… 대기업·공공부문부터 적극 문 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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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상반기 250명의 신입행원을 뽑기로 하고 다음 달 초 지원서를 받는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명 늘었다. 50명 안팎을 채용하는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도 이번 주 신규 채용을 시작했다. 대기업 중에선 SK그룹과 삼성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늦어진 이달 초 공채 절차를 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주요 기업, 공공기관의 채용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심각 단계에 들어선 2월 말부터 다수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연기했다. 수만 명이 모이는 시험장에서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국내외 공장이 멈춰선 현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가 코로나 고용충격을 제일 먼저 받고 있다. 고용보험의 29세 이하 신규 가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만7000명, 30대는 4만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신규 채용이 얼마나 급격히 감소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본격적인 고용 위축은 시작도 안 됐다.

물론 터널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 인력 채용에 나서는 건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을 재개해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전체 경제에 활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자체, 지방 공사와 공단 등 지방 공공기관 1만 명 채용 일정도 속히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 등 금융권도 청년들에게 채용의 문을 더 적극적으로 열 필요가 있다.

대규모 채용절차 진행 과정에서 방역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진행할 충분한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2, 3년간 기업이 채용을 멈추면서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 사다리’에 첫발조차 올리지 못한 채 ‘잃어버린 세대’가 됐다. 이런 세대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데 대기업, 공공기관들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정부와 노동계가 합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기업들이 청년고용을 늘리는 데 제약이 되는 온갖 걸림돌을 서둘러 치워줘야 한다.
#코로나19#청년채용#채용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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