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은 우리 몸의 헌법이다[기고/김종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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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한의학자는 헌법을 싫어한다. 구글 학술검색에서 체질을 검색하면 논문이 200만 건쯤 나온다. 이 중 ‘체질’만 골라 보려면 ‘헌법’을 제거해야 한다. 체질과 헌법이 영어로는 똑같이 ‘Constitution’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한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의학에서 체질도 그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밝힌다. 군주국이 아닌 공화국, 독재국이 아닌 민주국, 이것이 우리나라다. 국체는 공화요, 정체는 민주인 것이다. 사상체질도 음양과 대소, 두 개의 벡터로 명명된다. 기질의 방향이 ‘음’인가 ‘양’인가, 폭과 깊이가 ‘소’인가 ‘대’인가? 그에 따라 소음, 태음, 소양, 태양 네 가지 체질로 나뉜다.

주권 행사의 방식, 즉 정체가 민주국이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1970년대 10월 유신은 그 자유를 폭력적 방법으로 억압했다. 그 결과 올바른 헌법을 회복하려는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이 구속되거나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폭력으로 정권을 차지한 대통령들도 결국 불행하게 죽거나 감옥에 갔다.

홍삼이 좋다고 전 국민에게 홍삼을 권하는 광고가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선 인삼이나 홍삼을 먹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승열 반응으로 수세에 몰렸다. 승열 반응은 인삼이 맞지 않는 체질에 나타난다. 2010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승열 반응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기에 이르렀고, 필자도 관련 세미나에서 체질에 따른 상품 전략을 제안했다. 하지만 시의적절한 대책을 놓친 탓에, 2000억 원 넘게 오르던 인삼 수출액은 2013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아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말았다.

헌법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중학생만 되어도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며, 대통령제 국가인 것을 안다. 초중등 교과 과정에 헌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헌법인 체질은 왜 교육과정에 없을까?

필자는 어려서부터 자주 배탈이 나고 설사를 했다. 그 원인이 음식에 있는 줄 모른 채 26년간 살았다. 대학입시 직전에 굴을 먹고 급성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체질이 소음인인 줄 알았으면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헌법을 알아야 하듯, 개인은 자신의 체질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 체질에 좋고 나쁜 것을 배워야 한다. 체질에 좋은 음식을 더 많이 먹는 편식을 해야 한다. 병이 나면 병원을 가야 하지만, 병원 치료 전후엔 자기 체질에 맞도록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체질에 따른 기질과 성격 특성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생을 체질에 맞는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경영도, 심리도, 체육도 체질 특성을 고려할 때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100여 년 전 사상의학을 확립한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에 ‘몸과 마음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체질에 맞춰 각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썼다. 체질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총괄적으로 조화시키는 정체성, 즉 우리 몸의 헌법이다. 이제마가 꿈꾼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는 의학’은 먹고 움직이고 자는 모든 순간에 체질적 지식을 활용할 때 완성될 것이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한의학#이제마#사상의학#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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