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석윤]아이들 운동장을 빼앗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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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학교 운동장이 좁아지고 있다. 강당이나 체육관, 급식소, 기숙사 등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설을 늘릴 때 우선적으로 운동장이 ‘타깃’이 됐다. 도시 개발과 체육시설 상업화로 아이들이 뛰놀 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인 운동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도 운동장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와 교육청에 따르면 일선 교육청은 몇 년 전 지역 내 490여 개 초중고교 운동장 면적을 조사했다. 하지만 그동안 체육관이나 부속 건물을 세우느라 사라진 운동장 면적을 확인하긴 어렵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옛날 골목길처럼 지금은 뛰어놀 곳이 흔하게 있는 것도 아닌데 학교 운동장을 포기하는 이유는 체육의 교육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선진국에서 왜 운동장 활동을 중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운동장을 빼고 나면 우리 아이들이 야외에서 돈이나 시간 걱정 없이, 그리고 교통사고 등의 위험 없이 맘 편히 뛰어놀 수 있는 장소는 거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시계획 현황을 보면 전국 초중고교 운동장 신설 계획은 과거보다 그 면적이 좁아졌다. 서울의 올림픽 경기장 같은 전문 체육시설은 일반인의 접근이 좀처럼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민간 체육시설 이용률(46.6%)보다 학교 체육시설 이용률(73.7%)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장이 해당 학교의 학생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그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학생들이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두뇌가 활성화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도 국내에서도 실제 초등학교의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운동장에서의 체육활동을 늘린 초교는 학생들의 병결석 비율이 크게 줄기도 했다. 특히 두뇌 발달 속도가 빠른 초등학생들은 더욱 운동장에서의 체육활동을 권장해야 한다.

최근에는 불규칙한 기후,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으로 운동장 사용이 가능한 일수도 줄었다. 게다가 학교 체육시간도 외국에 비해 짧은 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초교의 전체 교육시간 중 체육시간 비율은 7%로 프랑스(13%)나 독일(11%), 일본(10%)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예산, 주차난 등의 이유로 빼앗지 않았으면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학교 운동장#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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