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덕천]기후변화시대 유기농업의 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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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천 상지대 교양대 부교수
최덕천 상지대 교양대 부교수
최근 미국에서 로메인 상추 식중독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미국 보건 당국은 섭취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가짜 유기농산물을 판매한 농민이 우리 돈으로 1437억 원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만일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찌 됐을까를 생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 국민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광우병, 살충제 잔류 계란, 가짜 유기농식품 등을 연례행사처럼 겪으면서 식품 안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이유는 건강 증진과 그 제품이 주는 여러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소비자 성향, 영양역학, 보건역학, 환경역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기농축산물은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농업과 건강연구(Agriculture Health Study)’라는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인체가 화학농약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DNA가 교란되거나 손상돼 암, 만성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 반면 유기농식품을 장기 급식한 어린들에게서는 아토피성 피부질환이 낮게 나타났다. 유기농식품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에 기반을 둔 ‘신뢰재(Credence Good)’로 봐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사업 주체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다. 생산자는 소득, 정부는 증산, 유통 및 가공기업은 이윤, 소비자는 안전과 가족 건강이 주요 관심사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도 모두 공감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환경’이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기농업의 가치도 안전, 건강 등 인간 중심의 가치를 넘어 환경가치를 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 농업분야에서도 온실가스 인벤토리(inventory)를 구축해야 한다.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온실가스 양은 약 3000만 t CO2eq 정도로 추정된다. 미세먼지도 방출한다. 농산물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학비료, 농약, 농기계 사용에 따라 온실가스 216kg CO2eq와 오존층 고갈, 산성화, 부영양화, 중금속, 발암물질, 스모그, 에너지자원 고갈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다 보면 90%가 화학비료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은 온실가스 감축, 생물다양성 향상, 토양의 탄소저장능력 향상에 우월하다는 보고가 많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유기농 3.0’ 선언을 통해 유기농업이 기후변화시대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친환경농업 관련 단체들과 학계가 공동으로 친환경농업의 2030 혁신 비전으로 ‘생태환경보전과 건강한 먹거리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 기여’를 선언했다. 친환경농업 정책추진 20년 성찰의 결과이다. 유기농업은 공익적 가치도 크다. 따라서 그에 대한 적절한 직접보상이 제도화돼야 한다.

최덕천 상지대 교양대 부교수
#기후변화시대#유기농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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