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두환]소프트웨어 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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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환 KAIST 전산학부 교수
배두환 KAIST 전산학부 교수
대학의 수많은 전공 분야 중에 인력 공급이 부족한 곳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뿐이라고 한다. 특히 ICT 분야 졸업생은 여타 전공에 비해 졸업 후 5년간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산학회 관계자에게 “이렇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추세가 얼마 동안이나 지속될 것 같으냐”고 물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 10년은 갈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노동통계청이 조사한 STEM(과학·기술·공학·경영관리) 4개 분야 직업조사 자료를 봐도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10개 직업 중에 7개가 ICT 관련 직종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사업을 시행해 관련 인력을 교육, 양성하고 더 나아가 초중고교까지 SW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서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W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어 학계 및 실업계가 여기에 거는 기대 역시 매우 크다. 이 같은 정부 주도 사업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데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약 30년 전, 전 세계 SW산업의 시장 규모와 국가별 점유율을 조사하는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의 시장점유율만 40%에 달했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한국은 1% 미만이었다. 관련학부 졸업생 수는 미국이 약 3만 명, 한국은 5000여 명이었다.

이 자료를 본 미국인 사업 책임자는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의 SW산업 발전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SW산업은 인력이 가장 중요한데, 졸업생 수가 미국의 6분의 1 정도니 시장점유율도 40%의 6분의 1, 즉 7%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 후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2% 내외다. 아직도 우리의 잠재력을 구체화하진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혹시 우리는 SW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2014년 페이스북은 ‘와츠앱’이라는 소셜미디어서비스 회사를 약 20조 원을 주고 사들였다. 당시에 와츠앱은 직원 55명, 순이익 연간 100억 원 정도의 회사로, 그만한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지금도 논란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와츠앱의 현재가 아닌, 향후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렇다면 SW의 가능성이란 무엇일까. 미국엔 최근 ‘아마존고’라는 무인 판매점이 인기다. 이를 국내 무인 판매점과 비교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존고는 편리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객들이 판매직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SW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기업과, 단순히 비용 절감을 생각하는 기업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날 수 있다. 요즘처럼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시기에 SW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다. 국내에서도 매출 1조 원을 넘긴 SW 관련업체가 10개를 넘어섰고, 300억 원 이상의 SW기업 224개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14만 개 이상 생겨났다고 한다. SW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배두환 KAIST 전산학부 교수
#정보통신기술#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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