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흥식]아이들 돌봄, 지역사회를 활용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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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무한경쟁’을 통해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2016년 말 현재 인구수 기준 27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다. 그러나 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국가’이자 작년 가을부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입한 국가가 됐다. 그리고 작년 12월부터는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서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구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자동화와 함께 실업자의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핵가족화, 맞벌이 가정의 증대 등 가족의 구조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의 몫이던 가사와 돌봄이 점차 여성과 남성의 공동 책임으로 이전되고, 이제는 사회의 몫으로 이전되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거나, 환자와 장애인이 생기거나, 거동 불편한 노인이 있을 경우 아직도 한국에서는 가족이 돌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핵가족화로의 빠른 이행은 가족 기능의 축소로 연결되어 가족 내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결과의 하나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 현상은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시켜 가족문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돌봄서비스는 가족에게 주로 맡겨져 왔고 국가는 바우처를 통한 일부 지원만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진정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복지부가 올해 초 정부업무보고에서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 추진 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지역사회돌봄 선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구체적으로 7월까지 ‘지역사회돌봄 로드맵’을 발표하고 연내에 재가 및 지역사회 중심 선도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커뮤니티케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항상 재정과 전달체계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관료적 행정체계라기보다는 지역사회 기반 수요자 중심의 균형 잡힌 네트워크 체계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의 공공성 문제를 확실히 하여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민관 협력모델 개발과 인증제도 및 평가제도의 합리성을 담보해야 한다. 셋째는 돌봄서비스의 여성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돌봄서비스의 성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 인지적 돌봄서비스 제도의 설계, 여성의 돌봄과 취업활동 양립 지원 확대, 돌봄서비스 종사자들의 전문성 고양과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돌봄서비스뿐만 아니라 휴가, 수당, 세제 혜택 등의 다른 정책요소와 함께 적절히 혼합하여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정책 효과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지역사회돌봄 체계의 구축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포용복지국가의 주춧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저출산#돌봄서비스#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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