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서영아]이방카 국빈대접한 아베의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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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도쿄 특파원
서영아 도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은 5일부터 2박 3일.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트럼프맞이’ 일정은 그 이틀 전부터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3일 거의 전부를 할애해 트럼프가의 선발대로 온 이방카를 접대했다.

3일 오전 8시 20분에는 ‘국제여성회의 2017’ 행사에 이방카와 함께 등단해 개도국 여성기업가 지원기금에 57억 엔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1시에는 도심에서 1시간 반 거리인 가나가와현의 골프장에 가 있었다. 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전에 대비해 몸을 풀기 위해서다. 지지율 급락에 북핵 위협 등으로 취미인 골프를 봉인한 지 근 반년 만이다.

오후 6시 22분엔 다시 도쿄 도심의 일본료칸 입구에서 이방카를 기다렸다. 정확히 13분 뒤 이방카가 도착하자 보도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는 안으로 에스코트했다. 이날은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카를 위해 돼지고기를 뺀 특별 메뉴가 준비됐다. 식사 중엔 아악 공연이 동원됐고 식사 후에는 이방카에게 며칠 지난 생일 꽃다발을 안겨줬다. 일본의 ‘오모테나시(접대)’에 감동한 이방카는 “잊을 수 없는 밤”이라며 기뻐했다.

직급으로는 대통령 보좌관에 불과한 이방카가 이처럼 공주 대접을 받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가 뉴욕에서 당선 8일 된 트럼프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방카 인맥 덕이었다. 당시 회담 자리를 지킨 이방카는 아버지에게 “그는 똑똑하고 사람도 좋아 보인다”며 가까이 지내라 했다고 알려진다.

그간 일본 언론은 아베가 트럼프의 국제정치 교사 역할을 하는 인상의 기사를 여러 번 내보냈다. 평소에는 이런 보도를 자제하던 아사히신문도 3일 1면에 “알았다, 신조가 그렇게 말한다면…”이란 제하에 두 정상의 밀월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6회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에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만날지 여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베이징 발언에 대한 의견 등 측근에게도 묻지 않는 것을 상담한다는 미 정부 고관의 발언이 소개됐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 제일주의’를 주창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공을 아베 총리에게 돌리는 여론마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베 총리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런지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맞추기라도 하듯 나온 한국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론’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선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일 한국이 중국과 합의한 ‘3NO 원칙’(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에 대해 “한국이 주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견제했다. 이에 답이라도 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싱가포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과 북핵 공조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다시금 ‘미국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강조했다.

아베의 트럼프 일가 환대가 혹자에겐 과공(過恭)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극정성으로 몸을 낮추는 국익 우선주의를 우리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베 총리는 9월 미 뉴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아시아 순방 시 제일 먼저 일본으로 오라”고 부탁해 그 자리에서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도 “대통령과 순방 초입에 만나 이런저런 상의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5일 만난 두 정상이 골프를 함께하고 와규(和牛) 철판구이 만찬을 즐기며 무슨 화제를 안주로 삼았을지 우려스럽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의 트럼프 일가 환대#국제여성회의 2017#미중 균형 외교론#3no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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