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인의 비밀자료 열람, 국정원개혁위 法 위에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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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의 적폐 청산과 조직 쇄신을 위해 6월 출범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의 민간위원들이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2개월여 동안 회의를 16차례 열고 국정원 내부 비밀자료를 3차례 들여다본 사실이 드러났다. 개혁위는 8월 24일까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사이버외곽팀’ 운영사실 확인 결과와 세계일보 보도문건 관련 의혹 조사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녹취록 등 국정원 내부자료를 열람했다. 이 기간 매주 한두 번 국정원에서 회의를 열면서도 출범 후 두 달 열흘이 지난 8월 29일에야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았다. 법적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민간인에게 국정원이 비밀자료를 제공한 셈이다.

개혁위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민간위원으로 전 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소장, 전 감사원 사무총장, 학술단체장, 대학교수 등 7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정원 전·현직 간부 5명까지 모두 13명이다. 국정원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비밀이 담긴 자료는 해당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중 업무상 관계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민간위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들여다본 것은 국정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정원 측은 “보안각서를 썼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 식이라면 회의 때마다 보안각서를 받으면 될 일인데도 뒤늦게 비밀취급 인가를 해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수 야당에선 “권한이 없는 외부인이 국정원 비밀문건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간위원 10명이 포함된 국방부의 군적폐청산위원회는 국정원과 달리 민간위원에게 비밀취급 인가를 내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대외비 자료는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적폐가 있다면 바로잡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역시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아무도 법을 무시하는 권한까지 개혁위에 주지는 않았다.
#민간인 비밀자료 열람#국가정보기관 적폐청산#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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