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과학 에세이]광합성 증대와 식물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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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김재호 과학평론가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면 광합성을 하고 싶다. 햇볕을 쬐고 있으면 나른함과 더불어 여유로움을 느낀다. 그런 날을 상상하며 푸른민달팽이를 떠올렸다. 밥도 안 먹고 햇빛만 있으면 살아가는 해양동물이 푸른민달팽이다. 몸길이 4cm 정도의 푸른민달팽이는 조류의 유전자를 흡수해 광합성이 가능해졌다. 사람도 식욕이 제거되고 햇빛만으로 에너지를 생성한다면 어떨까.

유엔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량을 50% 증대시켜야 한다고 경고한다. 약 96억 명이 되는 인류의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식욕을 없애진 못해도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면 더 많은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 14일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이미 2015년에 세상을 바꿀 10가지 기술 중 하나로 강력한 광합성을 선정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특정 유전자를 쌀에 이입해 광합성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식물의 성장이 촉진되고 쌀의 생산량이 늘어난다. 현재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유전공학이 쉬운 담배를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게 광합성이다. 광합성은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 빛으로 화학에너지를 만들어 당에 저장(포도당)하고 산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식물의 엽록체 안 엽록소 최소 200여 개가 협력하면서 광합성을 한다. 엽록소는 탄소와 물(산소와 수소, 전자)을 이용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약 160단계의 생화학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 벼, 밀, 감자, 강낭콩 같은 유기물 알갱이들이 탄생한다. 이 유기물은 식물의 발아, 생장, 호흡 등에 따라 당으로 분해되어 재사용된다.

영민한 식물은 광합성의 효율을 조절한다. 햇빛의 흡수량 여부에 따라 에너지 생산이 필요한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구분하는 것이다. 빛과 이산화탄소와 온도가 한없이 주어진다고 계속 광합성을 하는 게 아니다. 빛의 양이 많으면 식물은 광포화에 이르고 광합성 속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방법은 ‘C4 광합성’이라고 불린다. 탄소 4개 혹은 탄소 3개로 이루어진 분자를 형성하면서 광합성이 시작되는지에 따라 C4, C3 로 불린다. 탄소로 이루어진 이 분자들은 이후 에너지원인 유기물로 생성된다. 1966년 사탕수수 잎에서 C4 광합성이 처음 알려졌다. C4 광합성을 적용한 쌀이 탄생하면 재래식 쌀을 대체하고 생산량을 약 50% 높일 수 있다. 물론 훨씬 적은 물과 비료가 투입되고도 말이다.

식물 대부분은 C3 광합성을 하고 약 5%만 C4 광합성을 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며 벼, 감자, 강낭콩 등이 C3 광합성을 한다. C3 식물의 잎은 엽육세포로만 이루어진 것에 반해 C4 식물은 엽육세포뿐만 아니라 유관속초세포도 있다. 이 두 세포의 협동으로 C4 식물은 공간을 분리해 C3 식물의 이산화탄소 고정 속도에 비해 좀 더 강하게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 즉, 체내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수십 배 높여 산소의 과한 접근을 막는 것이다. 이로써 C4 광합성 식물은 고온에서도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하며 메마른 곳에서 상대적으로 잘 자란다.

문제는 C3 광합성을 C4로 바꾸기 위한 유전자 경로 분석은 활성화 차원 등 더 많은 연구, 즉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벼 스스로 C4 광합성을 하도록 개량하려면 이와 관련한 유전자 수십 개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또 C4 광합성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잎의 특화된 세포에 농축시키는데 여기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만약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750ppm에 달하면 식물 스스로 메커니즘을 변화시켜 진화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선 C3 식물이 지금보다 30∼60% 빨리 자라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늘면 광합성 양이 증가하지만 꼭 식물의 생장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건 아니다. 빛, 온도, 일주기, 영양 등 전체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느린 식물의 진화를 빠른 인류 번식에 발맞출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식물윤리’도 고려해야 한다. 식물이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고 장기간 보존하며 미생물 및 곤충들과 공생하는지 더욱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대지의 40% 정도가 인류의 식량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황무지이거나 고산 지대라서 경작이 힘들다. 인류를 위협하는 건 결국 먹는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김재호#광합성#식물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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