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도 위원장도 노총 출신, 기울어진 ‘노사정 운동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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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장관급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에 민주노총 설립과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문성현 씨를 위촉했다. 노동계 출신 노사정위원장은 있었지만 민노총 출신은 처음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풍부한 노사 문제 경험’을 발탁 배경으로 꼽았지만 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도 작용한 듯하다. 문 위원장이 1989년 구속될 때는 문 대통령이 변호인이었고, 그보다 앞서 1985년 구속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론을 받았다.

대통령자문기구인 노사정위는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모여 노동 현안을 협의하는 사회적 타협 기구다. 이런 성격 때문에 역대 11명의 노사정위원장도 대부분 중립 성향 학자나 정치인이었다. 노(勞)의 대표 격인 민노총 출신을 위원장에 앉힌 것은 선수더러 심판까지 겸하라는 것이다. 더구나 문 위원장은 1999년 2월 민노총 산하 최대 단체인 전국금속연맹 위원장 시절 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를 주도했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출신인 김영주 의원이다. 노사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장관급 2명이 모두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면 새 정부 노동정책의 운동장은 심하게 기울어진 것이다. 정부가 출범 100여 일 동안 쏟아낸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은 한결같이 기업을 옥죄는 것들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해도 내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16조 원 증가할 것이란 추산이다. 노동자 협상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문 위원장이 노사정위원회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양대 노총부터 끌어들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1999년 탈퇴했고, 복수노조 허용으로 2014년부터 참여한 한노총도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저(低)성과자 일반해고 등을 강행하자 탈퇴해 버렸다. 노사정 위원장은 기업과 노동계를 중립적 위치에서 중재해야만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문 위원장은 6월 언론 인터뷰에서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했고, 내정 직후에는 “노조위원장이 된 게 아니다. 노사정위원장으로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각오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장관#문성현 노사정위원장#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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