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윤창효]나는 산으로 출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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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효
산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임산물 공부를 하고 있다. 임산물 재배에는 임야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시골로 내려가 약 40년 동안 관리되지 않은 산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덕유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해발 700m 이상의 험준한 산이다. 4분 능선 해발 약 700m까지는 낙엽송과 잣나무가 조림되어 있고 그 위로는 자연림이다. 40년 전에는 길도 없고, 기계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조림 및 육림을 인력으로 했다.

숲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신록이 울창한 6월의 숲을 걷기는 쉽지 않다. 몇 년 전 도로가 산 아랫부분을 관통하는 바람에 가파른 경사면이 생기면서 진입할 수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능선까지 가면 비교적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잡초와 잡목이 너무 많아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거친 숲을 헤쳐 나가는 것이 무리였다.

다음 날 제법 두툼한 옷과 모자로 단단히 보호하고, 정글용 칼을 구입하여 차고 나갔다. 자세히 보니 좁은 길들이 숲속에 나 있었다. 동물들이 다니는 길이다. 동물들이 어떻게 이렇게 길을 확보했는지 새삼 경이롭지만 길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50m 이상을 따라 가니 능선을 만났다. 능선을 따라 정상인 해발 890m 고지를 향해 등반을 시작했다. 약 40년 전 조림한 낙엽송 숲을 지나니 자연림이 나왔다. 낙엽송은 수고가 20m 이상이고 밀식되어 있어서 다니기가 쉬웠지만, 천연림은 소나무 참나무 진달래 등이 다양하게 엉켜 있어 다니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의 급경사를 뚫고 드디어 해발 890m 정상에 올라왔다. 오랜 기간 방치된 숲에 진입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다음 날 군청 산림과를 찾아 진입이 어려운 산에 들어가는 방법과 그곳에서 임산물 재배하는 방법을 문의했다. 답변은 너무 간단했다. ‘일괄 숲 가꾸기 시스템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간벌을 하고 하층식생도 말끔히 정리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이다. 지난 60년 동안 산림녹화 사업을 통해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가꾸어지지 않은 숲은 나무가 숨을 쉬지 못하고 빛이 통하지 않아 하층식물이 전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유림은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림당국에서 대리 경영도 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하니 사유림을 소유한 개인이나 단체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무를 심고 키우기만 했지 관리를 못해 숲이 제대로 형성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잡목과 잡초를 정리하고 난 후 숲이 숨을 잘 쉴 수 있게 되면 지금 공부하고 있는 임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때 이 숲과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윤창효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굿바이 서울#나는 산으로 출근한다#임산물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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