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 상봉은 5·24 해제와 맞바꿀 사안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0시 00분


코멘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 측의 다음 달 7일 실무접촉 제안에 북한이 하루 만에, 그것도 토요일인 29일 화답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8·25 남북합의에 대한 북의 진정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첫 결실이다. 과거 실무접촉 합의 과정에서 장소나 날짜 문제로 어깃장을 놓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듯하다.

이산가족 상봉은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는 인권 문제다. 이번 기회에 북이 생색내는 이벤트처럼 어쩌다 한 번 할 것이 아니라 정례화할 수 있기 바란다. 10월 초중순께 상봉행사 뒤 이산가족 6만6200여 명의 전면적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이 이어지고, 서신 교환과 금강산 면회소에서 상봉도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제도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북이 합의한 당국 간 회담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북한 김정은은 8·25 합의에 대해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은 ‘풍성한 결실’을 노려 이산가족 상봉 협상 과정에서 대가를 요구하는 등 전형적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올 초 신년사에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들을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측의 이산가족 상봉 촉구에 대해 1월 23일 북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다고 ‘연계’를 처음 거론했다. 우리 측 일각에서도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정상 가동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관되고, 5·24 조치 해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5·24 조치는 2010년 북의 천안함 폭침 소행이 드러난 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사상 첫 대규모 대북제재다.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북의 다른 요구와 연계할 순 없다. 북이 분명한 사과 없이 8·25 합의처럼 천안함의 ‘침몰’로 남측 장병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에서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을 4일 앞두고 돌연 취소했던 2013년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역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 사건에 대한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상봉행사를 전후한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을 기해 체제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8·25 합의 3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사유로 명시한 ‘비정상적 사태’가 될 것이다. 정부는 북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경우에 대비하는 치밀한 대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산 상봉#5·24 해제#대북 전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