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성장 속 靑-기업총수 회동, 덕담하고 끝내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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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네이버 등 주요 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다. 전국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지원한 기업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경제 살리기와 구조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국 경제는 전(前)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쳐 다섯 분기 연속해 성장률이 0%대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줄어들 만큼 기업들의 실적도 나빠지는 추세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엄중한 경제 현실에서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협조한 총수들과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헤어지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투자와 고용에 영향력이 큰 기업 총수들과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진솔하게 논의해야 한다. 노동개혁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박 대통령과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내건 ‘세 개의 화살’ 가운데 양적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에 이어 구조개혁에도 속도가 붙었다. 기업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산업경쟁력강화법과 파견 근로자의 파견 기간 제한을 없애는 노동개혁법이 이미 의회를 통과했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해 1분기 일본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0%(연율 환산 3.9%) 성장해 한국을 앞질렀다. 일본은 집권당이 추진하는 정책을 야당이 반대해도 별 어려움 없이 입법화할 수 있는 여건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법안 통과나 정책 추진을 위해 야당이나 이해집단을 설득하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인들이 오랜만에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애로 사항을 털어놓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외부 탓’만 하거나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만 쏟아내면 국민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기업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영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성장#박근혜#기업 총수#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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