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금 개혁 시늉만 낸 인사혁신처장, 공무원들에 포획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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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공무원연금 개혁 정부 기초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비해 연금은 더 주고 퇴직금은 덜 주며, 향후 5년간 연금 인상을 동결하는 등의 내용이어서 얼핏 보면 혁신적인 것 같다. 하지만 곰곰 뜯어보면 개혁의 시늉만 낸 것에 불과하다.

정부기초안에 따르면 생애 소득 대비의 공무원연금 비율이 60%로, 국민연금(40%)과 새누리당 안(50%)보다 턱없이 높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일반 국민과 차별해 우대하는 것이 관존민비(官尊民卑)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 기초안의 경우 연금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재직자는 1.5%, 신규 공무원은 1%로 차등 조정해 기존 ‘철밥통’의 기득권을 지켜 줬다. 심지어 현재는 20년 근무해야 공무원연금을 받는데 10년만 근무하면 받을 수 있도록 특혜를 확대한 것을 공무원 아닌 어느 국민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저성장 시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금 지급률을 새누리당 안보다 후하게 정하면 재정 안정성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근면 처장이 그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4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자 참석자들은 정부 단독으로 만든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1시간 넘는 정회 끝에 속개된 회의에서 이 처장은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정부안이 아니다”고 얼버무렸다. 삼성그룹 출신의 민간인이어서 공무원 사회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인사혁신처장의 첫 작품이 ‘철밥통 지키기’라니, 벌써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포획당했다는 말인가.

현재 공무원연금에 들어가는 국민 혈세가 하루 90억 원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 안 하면 앞으로 부채가 484조 원이나 발생하게 된다”면서 “국민 1인당 945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연금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날 판이다. 지난해 연금 개선안을 둘러싼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사퇴했던 한국연금학회 김용하 전 회장은 “진짜 개혁 저항세력은 공무원을 무서워하는 당정(黨政)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인사혁신처’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도록 혁신적인 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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