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해산’ 부른 아베노믹스의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12월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추가 인상을 1년 반 늦춘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그는 그제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집계되어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나자 총리의 권한인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라는 정치적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선은 다음 달 14일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권은 국가 부채가 1000조 엔이 넘는 심각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율을 5%에서 올해 4월 8%로 높였고, 내년 10월 10%로 추가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 충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연율(年率) 기준 성장률은 올 2분기 7.3% 후퇴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1.6%에 그쳤다. 엔화 약세 정책은 수출 대기업의 실적 호전과 주가 상승효과는 거뒀지만 원자재와 생필품 수입 가격 급등으로 내수 위축을 낳았다.

아베노믹스의 위기는 장기 불황과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돌려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일깨워준다. 소비세의 추가 인상 연기로 재정위기 우려가 커졌다. 통화량 증가를 통한 엔저(低)와 재정 투입 확대에 이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제대로 착수하지도 못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는 돈을 아무리 퍼붓더라도 증세(增稅)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 정권이 중의원 해산을 선택한 것은 현 시점에서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이지만 2012년 12월 총선에서 참패해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내준 제1 야당 민주당은 일본 국민 사이에 ‘경제 무능-안보 불안’ 이미지가 강해 대안 수권 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다음 달 총선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해 2018년까지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성장률 추락과 재정 적자 급증이라는 ‘일본형(型) 불황’ 구조를 닮아가고 있다.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다시 살려 자연스럽게 세수(稅收) 증가와 재정 건전성 복원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만으로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과감한 산업구조 개혁과 이를 입법화하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아베노믹스#국회 해산#국가 부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