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전단에 南南충돌, 정부는 북쪽 눈치만 보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25일 임진각과 경기 파주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는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과 이를 막으려는 좌파단체, 지역 주민 간에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김포시 야산으로 자리를 옮겨 전단을 날렸지만 북한이 노린 대로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북한 주민에게 3대 세습 정권의 흑막과 자유세계의 소식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10년 전까지 정부가 해오던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을 중지하는 이른바 6·4합의를 했으나 북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까지 자행했다. 민간단체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엔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위협”이라며 “(북한 내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사고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이 격렬히 반발하는 것도 전단에 담긴 진실이 그만큼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북이 10일 대북 전단을 향해 쏜 고사총탄이 경기 연천지역에 떨어진 이후 국내 일각에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MBN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응답이 62.9%로 ‘막지 말아야 한다’(24.6%)보다 배 이상 많다. 전단 살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속하고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북의 군사 위협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제 같은 남남 충돌에는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면서도 “전단 살포가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온 어정쩡한 태도가 한몫했다. 정부가 남북 대화를 의식해 사실상 북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북에 자유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민간의 노력을 정부가 중단시키거나 위축시켜선 안 될 일이다.

대북 전단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국민이 안보 불안이나 생존권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살포 방식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열기 위해 유연한 접근이 중요하다면 정부가 중심을 잡고 조정할 일이지 남남갈등을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대상은 북 정권이지, 북에 외부 정보를 넣어주려 애쓰는 민간단체가 아니다.
#임진각#경기 파주#대북 전단#삐라#북한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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