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 재검토 불가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부들이 우리 해경을 살상 무기로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판에 정부의 방침대로 해양경찰청을 해체했다가는 난폭한 중국 어부들에게 우리 바다를 내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제 국회의 해경 국정감사에서도 “해경을 해체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은 화풀이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은 “해경의 구조 개편이나 개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지, 해경 해체로는 근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5월 19일 “세월호 사고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을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현재 제출해 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해경은 국가안전처 해양안전본부에 소속되어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기능을 유지하되, 수사와 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넘기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해경이 수사권을 잃게 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불법 어선을 나포해도 배타적 경제수역(EEZ) 침범 경위, 불법 어획물 규모 등을 수사하기 어렵다. 해경은 수사권을 지닌 육상 경찰에 선원들을 넘겨준 뒤 번거롭게 참고인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어제 “초동수사 단계에서는 해경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안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초동 수사권만 있고 정식 수사는 육상 경찰이 따로 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애초 해경에서 수사권을 떼어내기로 한 이유는 해경 간부들이 ‘권력’과 ‘자리’에만 신경 쓰고 구조 등 본연의 임무에는 무관심하거나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여당은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정부 조직은 국리민복을 위한 효율성의 원칙을 따를 필요가 있다. 국회는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해경은 명칭을 바꿔 산하에 별도 외청(外廳)으로 두는 야당 안까지 포함해 충분히 논의한 뒤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경 해체#불법 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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