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美中시대 개막, 한국은 부러워만 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는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자마자 공모가(68달러)보다 38.07% 오른 93.89달러로 첫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314억 달러로 페이스북을 넘어섰고 아마존닷컴과 이베이를 합친 금액을 뛰어넘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알리바바가 조달한 220억 달러는 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정치 경제의 주요 2개국(G2)에 이어 I2(Internet of 2) 시대의 개막을 알린 순간이다.

알리바바의 미 증시 상장으로 세계 인터넷 기업의 6대 강자는 중국의 알리바바(3위) 텐센트(SNS·5위) 바이두(검색포털·6위)와 함께 미국의 구글(1위) 페이스북(2위) 아마존(4위)으로 양분됐다.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는 기업 간 인터넷 상거래에서 시작해 오픈마켓 타오바오, 티몰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 현재 18개 기업이 속해 있다. 타오바오에선 입던 속옷부터 비행기까지 ‘마누라만 빼고’ 다 판다고 한다.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의 엄청난 소비인구와 인터넷 성장세가 있어 가능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알리바바의 자체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를 보호해주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구매자가 판매자로부터 받은 물품에 만족할 때만 대금을 결제해준다. ‘짝퉁 천국’인 중국에서 거래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알리바바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미국 결제시스템 페이팔 가입자가 1억4000만 명인 데 비해 알리페이 가입자는 8억 명이나 된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에선 IT 기업이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데 아무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때 ‘IT 강국’을 자부했던 우리가 알리바바의 ‘마법’을 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인구가 중국에 못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중국보다 훨씬 앞선 인터넷 사용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 기업을 낳지 못한 근본 이유는 낙후된 금융 및 까다로운 전자상거래 규제에 있다. 알리바바 상장에 놀란 정부가 오늘 민관 합동 전자상거래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 착수회의를 연다. 획기적 규제혁파 방안을 마련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알리바바가 우리에게 꼭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류 콘텐츠나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알리바바가 우리 산업에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치밀한 대응전략을 짜면 가능하다. 알리바바의 성공 비결에는 입점한 판매자에게 낮은 수수료를 붙여 판매자와의 상생(相生)을 추구한 것도 있다. 플랫폼을 무기로 입점 기업에 ‘갑질’을 해대는 바람에 알리바바로 눈을 돌리게 만든 한국 대형 포털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중국#전자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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