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의화 의장, 문제 많다던 ‘국회후진화법’ 이대로 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정국의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 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66.8%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국회에 장기간 계류되고 있는 경제 및 민생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민생 법안”이라며 다른 법안의 처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반 토막 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보면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다른 법안의 연계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법적 수단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때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 법의 공식 명칭은 ‘국회법’이다. 국회의장에게 허용되어 있던 직권상정이 다수당의 강행 처리와 소수당의 저지 과정에서 폭력을 부른다는 이유로 2012년 5월 직권상정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국회선진화’를 위한 법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지금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법은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라 ‘국회후진화법’으로 불러야 한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어제 “헌법소원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국회법 문제를 해소하려는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말했다. 어떤 법안이든 사실상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국회법은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4개월간 세 번의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하나도 통과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내 임기 중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반대하는 한 ‘5분의 3 이상 동의 조항’ 때문에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12년 당시 국회부의장으로서 국회선진화법이 초래할 ‘식물국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대했던 정 의장이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당장 전면적인 개정이 어렵다면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도록 하는 일에 누구보다 정 의장이 앞장서야 한다.
#세월호#국회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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