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사는 ‘검은돈’ 받아도 옷만 벗으면 끝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검찰이 올해 3월 살해된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 씨로부터 18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A 부부장 검사를 내부 징계로 끝내기로 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A 검사가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사건 청탁이나 해결에 따른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형사 문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감찰의 의견대로 A 검사를 면직 처분하기로 하고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앞서 A 검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은 그가 받은 금액이 처음에는 200만 원이라고 발표하는 등 축소 수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재력가 송 씨의 ‘장부’에서 18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서야 김 검찰총장의 지시로 지난달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를 맡았다. 그러나 감찰본부는 감찰에서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재판에서 공소 유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A 검사를 기소하지 않았다. 감찰본부 역시 송 씨 사건을 처리한 검사들에게 A 검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전화로만’ 확인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이 이 정도의 돈을 받았으면 옷만 벗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 사정(司正)기관인 검찰이나, 판결을 맡고 있는 법원은 스스로에 엄정하게 칼을 들이대야 권위가 생긴다. 같은 식구들의 비리에 관대하니 국민들이 검사와 판사를 불신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A 검사를 불기소하는 이유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사례를 봐도 국회가 김영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검사#면직#징계#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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