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과 미국도 나선 위안부 문제, 일본은 계속 눈감을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유엔 인권문제 최고 수장인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력한 비판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의 대변인도 5일 논평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중대한 인권위반 행위”라고 거듭 확인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와 공식 면담한 데 이은 반응이다. 두 할머니는 “우리는 곧 죽는다.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위안부 기림비와 평화의 소녀상이 여러 곳에 세워졌다. 두 할머니의 미국 방문도 뉴저지 주의 유니언시티에 건립된 미국 내 7번째 기림비의 제막을 위해서였다. 한인 사회가 아닌 지방 정부에서 주도한 첫 사례다. 제막식에서 브라이언 스택 시장은 “위안부 문제는 인권과 후손에 대한 교육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질수록 일본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과거사 반성의 모범 사례인 독일과 달리 반인륜 범죄에 사과할 줄 모르는 일본이 자초한 일이다. 우리 정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지구상에서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국제 사회의 공조를 얻는 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제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과거 퇴행적인 일본 사회를 향해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 3개 면에 걸쳐 ‘여성에 대한 자유의 박탈과 존엄 유린 등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고 보도했다. 아베 정부가 국제 사회와 일본 내 양심세력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욕보이는 일이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 밖으로 처음 알렸다. 남은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기까지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유엔#인권#나비 필라이#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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