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끝나자마자 ‘공공기관 개혁’ 꼬리 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이 7개월 만에 방향을 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이 부채감축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에 대해 종업원 사기 저하, 경기대응 능력 약화 등의 문제점을 들며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니 개혁 후퇴 선언이나 다름없다.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작년 12월 1기 현오석 경제팀이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초점을 확 바꾼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11곳이 방만 경영 개선 계획을 달성했다”며 중점관리 대상에서 조기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노사협약에서 퇴직자 자녀 특별채용 폐지 등 당연히 없애야 할 조항을 없앴을 뿐이다. 당초 8월 말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공공기관 부채 감축 목표 19조9000억 원 가운데 18조2000억 원(91.5%)을 줄였다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존 자산을 매각한 것에 불과하다.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근본적인 개혁은 거의 없었다.

공공기관이 부채감축에 얽매여 사업을 조정하고 투자를 안 하다 보니 경기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새 경제팀의 인식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첫손가락에 꼽았던 국정과제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것은 일관되게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엔 다르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줄기차게 ‘낙하산 인사’를 하더니 결국 말잔치만 벌이다 용두사미로 후퇴할 태세다.

7·30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공기관 개혁의 깃발을 내리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공기업 부실은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최 부총리가 “공공기관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코레일은 철도요금을 올리고, 수자원공사는 빚 8조 원을 세금으로 갚아 달라고 나섰다. 공공부문은 6년째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적자이고, 나랏빚인 국채 발행 잔액은 5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에 성공해야 공공기관이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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