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도 문제없다는 학교 앞 호텔, 구청장이 퇴짜 놓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서울 영등포구청은 당산동의 오피스텔을 비즈니스호텔로 용도 변경해 달라는 사업자의 요청에 대해 최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영등포구청은 H개발이 양평동에 추진하던 호텔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호텔이 생기면 창출될 수 있는 450명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개혁을 외쳐도 지방자치단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교 앞 호텔 건립 문제는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회의에서도 거론됐다. 오피스텔의 용도 변경을 추진해온 사업자 S 씨는 ‘학생상대정화구역 안에 호텔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교육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안전행정부의 규제개혁 담당자도 구청에 찾아가 용도 변경을 부탁했으나 허사였다. 구청 측은 “호텔이 들어서면 대형 관광버스들이 길을 막아 교통 혼잡이 벌어지는 데다 인근 주민들이 숙박업소가 생기는 걸 반대한다”는 이유를 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새 경제팀은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 도전적인 기업에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정부 규제는 1만5327건인 데 비해 지자체 규제는 4만9209개로 3.2배다. 공무원 1000명당 등록 규제 수도 중앙정부는 24건, 지자체는 168건이나 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지자체의 규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많은 기업이 “쓸데없는 자료를 요구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처리를 안 해주는 지자체 공무원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종 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한사코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구청 공무원과 결탁한 비리 부패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지자체들이 오히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선다. 미국 앨라배마 주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면서 토지 무상 제공, 법인세 20년 면제 등의 혜택을 줬다. 최근 LG화학과 배터리 공장 건설 양해각서를 맺은 중국 난징 시도 상당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자체 규제 10%를 연내에 폐지하도록 하고 그 실적에 따라 특별교부세를 차등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능력이 없으면 규제 개혁으로 일자리 창출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호텔#일자리#학교#박근혜 대통령#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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