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피케티 열풍과 80% 부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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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라는 40대 프랑스 경제학자가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작년에 펴낸 ‘21세기 자본론’이란 책은 올해 3월 영어로 번역되자마자 25만 권이 팔렸다. 통계수치로 가득한 700쪽(영어판)의 학술서적이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 101년 역사상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분히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상시키는 이 책의 주제는 불평등이다. 저자는 1700년 이후 300여 년간의 사료(史料)를 분석해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는 걸 증명한다. 이런 ‘세습 자본주의’는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불평등을 초래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능력주의’를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10년래 가장 뛰어난 경제학 서적”이라는 게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평가다.

▷반대로 비판도 많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피케티가 제시한 대안이다. 소득 상위 1%의 부자들에게 최고 80%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또 개별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같이 ‘글로벌 누진 부유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80%라는 비율도 엄청난 데다 세계 여러 정부가 공조(共助)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현실성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책을 “이데올로기적 장광설로 가득하다”고 비꼬았다. 포린어페어스도 “부자 증세(增稅)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시장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다. 서구 지식인들이 사회주의로 몰려가던 1940년대 그는 ‘노예의 길’이라는 명저(名著)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결국 나치즘 같은 독재로 나아갈 것”이라고 간파했다. 선진국의 경제정책은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와 자유시장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파 사이를 왔다갔다 해왔다. 어느 쪽도 절대 진리는 아닐 것이다. 그 나라 상황에 알맞은 ‘시장과 정부의 조합’을 만드는 건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토마피케티#21세기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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