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이 포기할 때까지 낙하산인사 계속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정정택 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임기가 끝난 게 지난해 10월 15일이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5개월이나 후임 이사장 공모를 하지 않다가 지난달에야 공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임명된 사람이 2011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지원조직인 대전희망포럼 대표였던 친박 인사 이창섭 충남대 교수다. 그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전 대덕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5년 동안 공직 임용이 제한됐다가 올 2월 복권되자마자 공모를 통해 이사장에 임명된 것이다.

문체부가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報恩)인사를 위해 임기 만료된 이사장 자리를 비워둔 것이라면 국민은 안중에 없는 처사다. 청와대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쉽지 않은 일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차관으로서 부당한 인사 개입에 맞서다가 “배 째드리지요”라는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왜 달라졌는지 묻고 싶다. 대선 때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을 지낸 변추석 국민대 교수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시각디자인 전공자여서 관광에 전문성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친박 인사다.

박 대통령이 공기업 개혁을 아무리 외친들 국민의 눈에 반(反)개혁적인 낙하산 인사를 계속해서는 개혁의 공감대가 확산될 수 없다. 아무리 선거 공치사를 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감투를 나눠주는 인사는 삼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정철학과 전문성이 공기업 인사의 잣대라고 했지만 지금 이뤄지는 인사를 보면 그 말도 믿기 어렵다. ‘친박’만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말인가. 같은 새누리당이어도 이명박 정부에서 잘나간 사람은 배척당하고 있다. MB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이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니 정권 재창출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여론과 민심에 아랑곳 않고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는 것은 공공기관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낙하산 인사 이제 그만하라는 비판도 이번이 끝이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수긍하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는 그저 ‘당신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정정택#이창섭#낙하산인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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