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봉 300억 CEO가 존경받는 사회라야 미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등기 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SK 최태원 회장이 30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140억 원, 구본무 LG 회장이 43억8000만 원을 받았다. 이번 연봉 공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민간기업의 개인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의문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주주들은 자신을 대리해 회사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에 맞는 연봉을 받는지 알 권리가 있다.

CEO가 회사나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남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도 연봉 공개는 필요하다. 매년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서 분식회계를 일삼다가 회사를 파산시킨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의 CEO 제프리 스킬링이나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온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가 좋은 사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연봉 공개를 앞두고 지난해 등기 임원에서 사퇴한 것은 책임 경영이란 측면에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CJ그룹 이재현 회장 등 회사에 대한 배임이나 횡령죄로 구속돼 일을 제대로 못한 대기업 총수에게 거액 연봉을 지급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어제 공개된 등기 임원들의 연봉은 평범한 근로자들이 평생 일하더라도 만져보기 힘든 액수다. 최태원 회장의 연봉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 3700여만 원의 813배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총 67억7300만 원을 받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CEO의 연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3780만 달러(약 402억 원) 수준이다. 대기업 등기 임원들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의 경영자들이 그만큼 부의 창출에 기여했다면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해서 질시할 일은 아니다.

최근 불평등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CEO와 일반 근로자 사이의 지나친 연봉 격차를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EO들이 고액 연봉만큼의 일을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최고 연봉을 받은 CEO의 40%가 구제금융과 사기에 연루됐다는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 조사도 나왔다.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이 선망이 아니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경영자들도 높은 연봉에 값하는 실적과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대기업#등기 임원#연봉#최태원#정몽구#구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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