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동아일보가 창간 94돌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2.7%)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한국의 자살률은 우리 국민의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말해준다.

작가 그레그 이스터브룩은 “더 잘살게 됐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것이 진보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194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증가했지만 행복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사한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돈을 벌기 위해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로 가야만 했던 1963년 87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13년 2만6205달러로 급등했다. 하지만 소득에 비례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양극화, 경쟁, 스트레스,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행복감을 갉아먹고 있다.

10대부터 60대 이상 모든 연령층 210명을 대상으로 한 본보 조사에서 건강과 가족, 돈이 행복의 요소로 꼽혔다. 건강하고 가족 관계가 원만해도 돈, 즉 경제적 안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이 예측 불가능한 실직 사고 질병, 그리고 미리 대비하지 못한 노후에 직면해 불행해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국정 메시지로 삼은 것도 이런 시대정신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통계청은 국민의 행복을 나타내는 83개 지표를 6월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소득 소비 등 ‘물질 영역’뿐 아니라 주관적 웰빙, 건강, 안전, 가족공동체, 환경 등 ‘비(非)물질적 영역’을 포함한 지표다. 우리나라도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보통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사회적 국가적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이 높고 군사력이 아무리 강해도 국민 행복도가 낮은 나라는 진짜 선진국이 아니다.
#행복#자살률#출산율#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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