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현우]여섯 번째 지방정치에 대한 여섯 가지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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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5년에 처음으로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치른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번이 여섯 번째 지방선거이다. 그렇다면 선거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쌓여서 이전보다 나은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새누리당의 경선 진행 과정과 제도는 엉성하고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내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두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선거 준비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를 해보고 싶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하지 않았나.

새누리당에서 친박·친이라는 용어는 일상화되어 의원들도 계파 갈등을 인정한다. 박심(朴心)이 누구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과 계파 지원을 등에 업고자 하는 후보들을 보고 있자면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또 새누리당이 경선 후보 컷오프라는 경선 규칙 적용 문제로 갈등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선거 규칙의 권위를 세우지 못한 정당이 딱해 보인다. 그 내막을 보면 3명 이내로 컷오프를 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변수가 경쟁자들로 하여금 규칙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여성 우선 추천 방식도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행 방법은 신통치 않다.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1차로 7곳에서 여성 후보 전략공천을 결정하였다. 서울에서는 종로, 용산, 서초구 등이 포함되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 지역들이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 아마도 이 지역들에서 새누리당이 강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거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성 후보를 공천해도 당선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전략공천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2차로 전략공천 지역을 지정하려다 반대에 부닥쳐 여성과 장애인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왜 어떤 지역은 가산점이고, 어떤 지역은 무조건 남자 후보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이중적 잣대를 사용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창당과 함께 130석의 의석을 가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선거법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당적을 가진 후보는 이 정당의 공천이 없으므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즉 당적을 포기해야만 한다. 멀쩡히 존재하는 정당에 소속감이 있지만 출마를 위해서는 탈당해야 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선거구에서 새정치연합의 후보임을 자처하는 후보자가 여러 명이 되면 당 지도부는 한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 선택과정은 기존의 공천보다 훨씬 비공개적이고 비공식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향식 공천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공천을 폐지했는데 오히려 더 나쁜 공천 방식으로 후보를 내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투표용지를 상상해 보자.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의 기호는 정해져 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 일부 지역에서 공천을 포기한다면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받은 기초선거 투표용지는 1번 새누리당 후보, 2번 공란, 3번 공란, 4번 공란, 5번 이후는 원내 의석이 없는 정당 후보들이 차지하고 그 이후 무소속 후보들이 추첨으로 순서를 결정한다.

현재 등록 정당이 14개이니 이들이 모두 공천을 하는 극단적인 경우 무소속 후보들은 15번부터 배정된다. 제주와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7개의 투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유권자의 부담이 큰데 무소속 후보들을 비교 평가해서 투표를 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만일 유권자에게 7개 선거 중 투표를 원하지 않는 선거는 기권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면 분명히 기초단체장과 의회 선거의 투표율이 가장 낮을 것이다. 모르고 찍는 것보다는 기권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예상하지 못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까 걱정된다. 부디 새누리당의 계파, 박심, 전략공천 문제와 새정치연합의 후보 탈당, 내천, 유권자 부담 등 여섯 가지 문제로 인해 여섯 번째 지방선거가 최악의 선거였다는 사후 평가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선거#새누리당#정당공천 폐지#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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