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세 세입자 보호한다며 ‘稅收 늘리기’ 정책 먹혀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주택임대 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응해 정부가 어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전세 지원은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전셋값이 뛸 때마다 대증(對症)요법을 썼던 정부가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을 전세에서 월세 전환으로, 아예 정책의 물줄기까지 바꾼 것이다.

이번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는 월세액의 10%를 세액공제 받게 된다. 소득세 정산 때 한 달 치 월세 남짓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소규모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로 전환하고, 임대사업자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도 겨냥하고 있다. 반대로 고액 전세에 대한 대출 지원은 축소된다. 하지만 월세 계약에서 집주인 강요에 의한 이면합의에 대한 보호장치나 소액 보증금의 확정일자 신고 유도 같은 실효성 있는 방안은 빠졌다. 집주인에게 부과된 세금은 결국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명분은 ‘월세 시대’ 대비라지만 실제로는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주말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8% 올라 7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서 전셋집은 구하기 어렵고, 비싼 전셋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싼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2009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은 늘어 월세 공급이 늘고, 월세 가격은 내리는 추세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한 세입자로서는 ‘전세 말고 월세로 살라’는 식의 정부 정책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월세가 대세가 되면 전세금이 급등하는 데 따른 전세금의 보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수요가 여전히 많은 전세주택 공급을 늘리기보다 인위적으로 월세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전체 주택재고 중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에 비해 낮다. 민간 역할의 확대를 위해 개인 임대업자의 부담을 없애는 조치에 머물 것이 아니라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세입자들이 속거나 손해보지 않도록 시장의 가격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공급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정부가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세#월세#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월세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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