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기욱]‘통일 대박’을 향한 현실적인 고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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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새해 벽두를 달구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가던 통일 회의론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통일의 비용보다 혜택에 초점을 맞춘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이때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통일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포괄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

분단국가의 통일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무력통일로 베트남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1950년 북한이 시도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둘째는 흡수통일로 동서독 간의 통일 방식이다. 셋째는 협상에 의한 통일로 남북 예멘이 내전을 치른 후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이룬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을 보면 남북 모두 군사력으로 통일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관련국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흡수통일은 북한의 ‘급변사태’ 후를 상정해 볼 수 있지만 현실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은 옛 동독과는 달리 핵을 비롯한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데다 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북한의 붕괴가 곧바로 남북한 정치적 통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이다. 마지막으로 협상에 의한 예멘식 통일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느슨한 형태의 연합’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그 후의 남북관계를 보면 협상을 통한 통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대박을 가져올 수 있는 통일은 가능한가? 중국의 대중화권(Greater China) 형성을 통한 점진적 통합 과정에서 좋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개혁 개방 초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홍콩 대만 등 해외 중국 자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단순히 해외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해외 중국인을 포괄한 다국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대중화권 형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으며 이 틀 속에서 다른 정치체제를 갖고 있던 홍콩과의 통합 과정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대만과의 경우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경제적, 문화적, 인적 교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만 상장기업의 80%가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양쪽을 오가는 관광객은 연 700만 명을 상회하고 중국에 상주하는 대만 인구도 200만 명에 달하며 30만 쌍의 양안 남녀가 결혼을 했다. 중국과 대만이 정치적 통일을 언제 이룰지는 모르지만 경제·사회적 통합은 이미 깊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국은 기존의 대중화권인 대만 홍콩 마카오를 넘어서서 베트남과 북한을 포함한 거대한 위안화 블록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통합이라는 단선적 사고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남북 간 재결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동시에 중국처럼 좀더 큰 틀 속에서 통일을 담아내는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중국의 동북 3성을 중심으로 극동 러시아, 몽골 등 한반도 주변 지역은 상호교류뿐 아니라 북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훈춘, 나진을 중심으로 한 두만강 삼각지역이 동북아 대륙과 해양을 잇는 거대한 물류생산 거점이자 관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북한 중국 러시아와 몽골이 가세한 다자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이 대중화경제권으로 흡수되어 간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중화권 또는 위안화 블록이라는 큰 틀 속에서 대만을 안고 가듯이 우리도 동북 3성, 극동 러시아, 몽골을 포함한 대한반도권(Greater Korea)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북한을 품는 방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이 틀 속에서 활용할 수 있고 유엔 지원하에 한국 중국 러시아와 몽골이 참여하고 있는 두만 이니셔티브(Greater Tumen Initiative) 같은 프로그램에도 북한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대한반도권 형성이 주변국을 자극하는 영토회복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통일은 한반도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사안이다. 튼튼한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국민이 염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좀더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논의를 거친 창조적인 통일전략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박근혜 대통령#통일 대박론#군사력#남북관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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