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치매 조부모와 목숨 끊은 슈퍼주니어 아버지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본명 박정수)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80대 노부모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특의 아버지 박모 씨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하늘나라로 갈 테니 잘살아라”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고령 질병 빈곤 노노(老老)부양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지 문제가 압축돼 있다.

박 씨는 치매를 앓는 노부모에게 밥을 떠먹여드리며 극진히 봉양했다고 한다. 그러다 사업 실패로 집이 압류돼 노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부모가 저항한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그들 스스로 “요양병원에 가느니 죽여 달라”고 요청했을 수도 있다. 박 씨도 우울증이 있는데 다른 식구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가족 공동체의 붕괴와 함께 취약한 사회안전망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현재 54만 명가량인 치매환자는 고령화와 함께 급증해 2030년에 12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지기능이 파괴되는 치매는 가족에게 말 못할 고통을 안기고도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서운 질병이다. 치매환자에 대한 요양보험이 일부 적용되고 있지만 치매 간병을 가족에서 국가로 완전히 이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특 가족과 같은 비극이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53만5000명이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몇 배 더 많다. 우울증 환자는 3분의 1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자살 위험이 크다. 우울증을 앓던 박 씨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주변 도움을 받지 못하다 끝내 파국을 맞았다. 한 가족의 개인적 아픔이라기보다 우리 모두가 맞닥뜨릴 수 있는 암울한 미래상(像)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연예인으로 자식을 길러냈지만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생계와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따뜻하고도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도록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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