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자원 개발이 정권에 따라 춤춰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면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구조조정할 태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한 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 10일 잇따라 석유공사 가스공사 사장들을 불러 경영정상화 계획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부채 감축 의지가 약한 사장들에게서는 사표를 받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전임 이명박(MB) 정부 때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매각 1순위다.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MB정부의 핵심 브랜드였다. 당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자원 외교 특사로 나섰고, 대통령 측근으로 ‘왕차관’이라고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앞장섰다. MB정부 5년간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한 돈은 공기업들의 재원을 포함해 43조 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 예산(약 22조 원)의 배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MB정부가 과욕으로 밀어붙인 까닭에 대부분 적자를 보거나 중단된 상태다. 이 전 의원이 추진한 볼리비아 리튬광산도 사업을 접었다. 박 전 차관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은 주가 조작 의혹으로 얼룩졌다.

MB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은 눈에 보이는 치적에 열중한 나머지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단계별 전략 없이 서둘러 해외 대형 업체들을 인수 합병하는 바람에 부실을 키웠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비스트사의 생산광구를 인수하면서 과거 1달러에 매매됐던 정유업체를 1조 원에 샀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5년 만에 73%에서 168%로, 광물자원공사는 85%에서 177%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어설픈 해외 투자와 함께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이 만연해졌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거 사업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해외자원 개발은 1, 2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도 없다. 몇 년 전에 사들인 광산이나 유전을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팔아 버린다면 그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해외 의존율이 97%다. MB정부의 사업은 에너지 안보와 해외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자원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은 정권과 상관없이 국익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안목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도 좋지만 비싼 값 주고 사들인 자산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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