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상표]창조경제의 ‘다크호스’ 콘텐츠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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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어느 책에서 2014년을 이끌 키워드로 ‘다크호스’를 꼽은 것을 보았다. 올해가 갑오년 말띠 해인 점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원래 다크호스는 평소 흰색이나 갈색 말의 그늘에 가려 있다가 때때로 우승하는 이변을 기록하는 검은 말을 일컫는 영국의 경마 용어였다. 거기에 ‘의외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존재’를 가리키는 뜻이 추가됐다. 한국 경제에서는 콘텐츠산업이 다크호스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비해 2.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이런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부여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조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창조산업의 핵심 축인 콘텐츠산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콘텐츠 수입국에 머물던 우리나라는 2008년을 기점으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올해에는 5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는 수출이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우리의 국가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의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가치는 4.4% 상승했고, 이에 따른 국가 브랜드 자산 창출액은 66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산업이 많은 성과를 냈지만 올해에도 갈 길이 멀다. 가장 급한 일은 다른 산업과 융합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콘텐츠산업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콘텐츠공제조합’이 본격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콘텐츠공제조합은 규모의 영세성 때문에 제작, 유통,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기존 금융권에서 조달하기 힘든 콘텐츠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 대여, 채무·이행 보증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20% 넘게 늘어나고 자본금 규모도 30억 원 이상으로 커지는 등 순항 중이다.

누구나 마음껏 콘텐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창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는 열린 공간 ‘콘텐츠코리아랩’의 설립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이곳이 콘텐츠산업의 원천인 창의성과 상상력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기 위해서는 진흥 기관의 조직적인 지원, 기존 지원 사업과의 유기적 연계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 밖에 올해를 ‘이야기의 산업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법제도 마련, 창작 환경 조성, 지원 사업 강화 등 ‘거버넌스’의 구축도 필요하다. 콘텐츠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정부기관 간 ‘컬래버레이션’ 등도 서둘러야 한다.

콘텐츠산업에 관심이 커질수록 눈앞의 성과만을 기대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콘텐츠산업의 특성과 본질이 퇴색될 위험도 크다. 땅을 박차고 힘차게 달리는 말의 해를 맞아 콘텐츠산업도 많은 ‘히든 챔피언’을 탄생시키며 진정한 창조경제의 견인차로 멋지게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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