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용주]땅콩집과 100세시대 인생설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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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새해를 맞는 이맘때면 문득 일본에서 본 땅콩집이 떠오른다. 일본에는 각양각색의 소형 단독주택들, 일명 ‘땅콩집’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져 있는 땅콩집은 82m²(약 25평) 이하의 크지 않은 땅에 집을 지어 실용성을 살린 ‘작고 단단한 집’이다. 지난번 일본에 갔을 때 땅콩집 건축가를 만나 설계 과정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다.

땅콩집 설계 과정은 정밀하고 촘촘하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벽체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좁은 집의 실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조금 더 괜찮은 작은 집을 만들기 위해 한 치의 공간도 헛되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땅콩집 건축가의 말이 이해가 됐다.

요즘 들어 땅콩집의 치밀한 설계 과정이 떠오른 이유가 있다. 이렇게 작디작은 집도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데 반해 길고 방대해진 우리네 인생은 과연 제대로 설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우리는 이미 길어진 인생을 살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2생명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81.4세로 나타났다. 100세 시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땅콩집 짓기와 비슷한 ‘인생설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00세 시대라는 변화에 대비하려면 ‘평생’을 기준으로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 먼저 평생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 나의 어떤 점을 계발해 평생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짬을 내서라도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인생의 시기별 특징을 고려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슬릿은 ‘생애주기 4단계론’을 주장해 유럽에서 ‘제3기 인생론’을 전파시켰다. 그는 제1기(출생과 교육), 제2기(취업과 퇴직) 단계를 거쳐 퇴직 이후 건강하기 지내는 시기를 제3기로 정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제3기를 겪어야 함을 인지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며 1년 계획을 세운다. 이번에는 한 해 계획과 함께 땅콩집보다 더 정확하고 세밀한 인생 설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땅콩집#실용성#100세시대#인생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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