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갈 길 먼 전기요금 체계 정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정부가 올겨울에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하면서 산업용 요금은 6.4% 올리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료는 주택용보다 싸기는 하지만 원가는 더 싸다. 산업용은 2011년 8월 이후 2년 3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33%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인상률(9.4%)의 3배가 넘는다. 주택용 농업용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 현상이 이번 인상으로 더 심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단체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의 전기요금은 매우 싸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독일의 25.3%, 미국의 75.4%이며 산업용은 선진국의 50∼60%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발전 및 송배전 효율이 높은 덕분이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을 원가의 94% 수준으로 억누른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전력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외국 기업이 국내로 옮겨오고, 농촌에는 석유 대신 전기로 난방을 하는 비닐하우스가 생겨났다. 식빵을 너무 싸게 공급하다 보니 가축 사료에 쓰이는 꼴이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전력 수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는 15위에 올라 있는 국가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위일 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에 정부는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은 8% 이상이라고 하면서도 5.4%를 올렸다. 인상안이 적용돼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친다. 작년까지 5년 연속된 한전의 적자는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너지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첨단 업종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택용 등 전기요금의 인상을 통해 기술개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주택용은 가장 비싼 요금이 가장 싼 요금의 11.7배나 되는 등 누진도가 너무 커서 조속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 능력을 확충하지 못해 매년 여름과 겨울 전력 가뭄을 겪고 있다. 공무원들은 올여름 서류가 땀에 젖을 정도의 무더위에 시달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전소 건설 계획을 차질 없이 집행해 전력 공급을 적정 수준으로 늘리는 일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제로 정책으로 갔다가 원전의 불가피성을 시인하고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겠지만 원전의 공급 능력과 경제성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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