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發 미세먼지, 언제까지 마셔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국 기업의 한 주재원은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중국을 떠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은 극심한 스모그로 낮에도 종종 밤처럼 어두워져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켠다. 시야가 100m도 안 돼 고속도로 30여 곳을 폐쇄한 적도 있다. 가장 날씨가 좋다는 가을이 이 정도니 11월 이후 난방이 시작되면 얼마나 악화될지 알 수 없다.

중국 동북 3성과 베이징 일대를 뒤덮은 악성 스모그가 한국까지 밀려와 가을 하늘을 덮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지름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 미세먼지(PM10) 농도가 평소보다 2∼3배 높게 나타났다. PM10 농도는 m³당 100μg 이하가 되어야 노약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110μg을 웃도는 곳도 있다. 미세먼지와 여기에 붙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은 호흡기와 눈, 피부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범은 날로 늘어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대도시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다. 올해 초 “베이징 전체가 거대한 공항 흡연실 같다”는 서양 언론의 비아냥대는 소리가 나오자 중국 내에서도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중국 정부는 석탄 사용 감축과 차량 수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스모그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는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올해 5월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환경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대기오염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대화’ 설치에 합의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다. 우리는 오염 배출원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연료 청정화 방법을 전수하려고 하지만 중국이 소극적이다. 오염원을 정확히 알아야 한국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예측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당국 간 대화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사람의 건강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지름 2.5μm 이하 초(超)미세먼지(PM2.5)다. 너무 작아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침투할 위험성이 높다. 한국은 시스템 미비로 아직 측정조차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는 스모그의 60∼70%가 초미세먼지인데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미세먼지 경보제를 2015년 시행하는 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미세먼지#베이징#스모그#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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