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종대]중국의 꿈, 대만의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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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국제부장
하종대 국제부장
올해 3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중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은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이다. 시 주석은 3월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25분간 연설하면서 ‘중국의 꿈’을 9차례나 역설했다. 창쥔멍(强軍夢) 광둥멍(廣東夢) 등 요즘 중국의 온갖 구호는 꿈으로 끝난다.

‘중국의 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짧게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안팎의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길게는 사회주의 중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현재 미국과 비슷한 1인당 GDP 5만 달러 안팎의 선진 국가를 만들겠다는 야망이다. 중국은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모든 정책은 이런 꿈의 실현에 맞춰져 있다. 북핵 정책도 이런 꿈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바로 ‘영토의 완정(完整·보전)’이다. 영토 보전의 핵심은 대만과의 통일 문제다. 대만은 명백한 중국 영토의 일부로 대만의 독립은 ‘중국의 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력으로 막겠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중화민국 건국 102주년에 맞춰 대만 외교부 초청으로 방문한 필자에게 비친 대만인의 생각은 중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선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대만인이 많지 않았다. 대만인의 2%만이 태평양 섬나라 계통의 원주민이고 나머지 98%가 명청(明淸) 시절 또는 1949년 이후 중국에서 건너온 대륙인이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의아할 정도다. “대만인도 결국 중국인 아니오”라고 물으면 “나는 대만인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 대한 생각도 우리와 크게 다르다. 우리는 멀쩡한 일제 총독부 건물까지 허물었지만 대만엔 일제강점기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제의 담배공장까지도 ‘선진 건축물’이라며 보존하고 있다. 식민지 통치가 대만의 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생각하는 대만인이 많은 점도 우리에겐 낯설다.

중국과 일본을 모두 점령 통치자로 생각하는 대만인도 적지 않다. 실제 대만 역사를 보면 중국의 지배 아래 있었던 시기는 매우 짧다. 문헌상 대만을 가장 먼저 통치한 나라는 중국이 아닌 네덜란드(1624∼1662년)다. 이어 청나라에 쫓긴 명나라 장수 정성공(鄭成功)의 21년 통치와 청의 210년 지배를 받았다. 이후 일제 50년 식민지 통치에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국 중국의 대만 지배는 200년 남짓한 시간에 불과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대륙과 통일하자는 의견은 9%에 불과하다. 반면 독립 의견은 23.2%, 현상 유지 의견은 60.6%나 된다. 시간이 갈수록 통일보다는 독립 의견이 세를 얻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을 품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고 매년 300억 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면서도 대만의 많은 제품을 사주는 환심 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대만인의 마음은 점차 대륙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만인은 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손을 뿌리칠까? 무엇보다도 대만인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대만의 민주주의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중시하는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다. 중국을 다녀온 대만인들은 중국이 설령 대만보다 잘사는 미래가 온다 해도 중국의 억압된 정치체제 아래서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중국 지도부는 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아니면 알고도 애써 외면하는 걸까?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
#중국#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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