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육군대장 안보팀’의 낮은 성적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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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출범 8개월이 돼간다. 예비역 대장들로 구성된 안보팀이 초기에는 든든한 믿음을 주었으나 요즘은 신뢰가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다. 북한발(發) 안보불안은 여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비롯해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하는 미래 전략도 미덥지 않다.

새 정부 안보팀에 군 출신이 줄줄이 들어섰을 때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던 코멘트를 다시 들춰봤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에 이어 국가정보원장까지 남재준 예비역 대장으로 채운 인사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유임돼 안보팀은 육군 대장 일색이다.

먼저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관이 확고한 군 출신을 선택한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준 전문가들이 많았다. 장성들은 기본적으로 전략 마인드를 갖춘 데다 육군 참모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면 이미 능력 검증이 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도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이명박 정부 안보 분야 요직을 지낸 전문가는 “청와대 실장과 수석, 장관은 대통령의 지침을 수행하는 ‘예스맨’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잘못된 판단이나 지시가 있을 경우 오류를 수정하고 창의적 대안을 건의하는 자질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육군 대장 안보팀’의 면면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포괄적인 전략과 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현 안보팀은 특히 전작권 전환 재연기 추진으로 신뢰를 잃었다. 국방부는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양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 필요성에 공감하고 내년 상반기에 시기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관진 장관이 1년 전 미 국방장관과 재확인했던 ‘2015년 전작권 전환’은 졸지에 휴지가 됐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작품이지만 김장수 실장과 김 장관은 6년 전 각각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으로 ‘2012년 4월 17일 전환’을 확정한 실무 주역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전작권 전환은 이미 끝난 일이다. 이제 와서 재연기를 진두지휘하는 김 실장과 김 장관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편하지 않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이유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최초 전작권 전환 시기 합의 4개월 전 1차 핵실험을 했다. 충격으로 치면 1차 핵실험은 3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핵에 대한 대비가 이유라면 그때 전작권 전환을 늦췄어야 한다.

차기 전투기 사업도 안보팀의 역량을 의심하게 한다. 국방부는 2007년부터 추진한 사업을 지난달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0년 이후 30년 이상 영공을 방어해야 하는 전투기 확보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군이 미래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우리 안보가 북한의 위협에만 대응하는 것이라면 일차 방정식처럼 단순하다. 대응 능력을 강화하되 어려우면 동맹국인 미국의 억제력을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남북통일 이후 중국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는 시대가 오면 안보환경은 정답을 찾기 힘든 고차 방정식으로 변한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무소신과 몇 년 앞도 못 내다보는 단견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도전이다. 안보팀의 능력이 달리면 새 피를 수혈해서라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안보#국가정보원장#남재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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